일차 관심사는 브라질의 행보다. 풍부한 천연자원에 제조업은 빈약한 산업 구조, 반미에 남발되는 포퓰리즘 정책, 국제 에너지·식량 가격 변동에 크게 의존하며 그에 따라 부침하는 천수답 경제 등 남미 각국의 경제 사정은 브라질이라고 별반 다를 것 없다. 다만 브라질은 좌우 극단을 오가는 아르헨티나나 퇴행적 좌파의 장기 집권으로 나라가 만신창이 된 베네수엘라와는 다소 다른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룰라가 첫 집권(2003~2010) 때 기업인을 중용한 ‘실용의 혼합 좌파’로 연평균 4% 성장률을 유지했던 게 코로나 쇼크를 거친 브라질인들에게 ‘꽤 괜찮았던 시기’로 여겨진 측면이 있다.
우리에게 보다 큰 관심사는 브라질의 대외 행보와 이로 인한 ‘신냉전 시대’ 글로벌 외교·안보 지형 변화다. 미국이 뒷마당 격인 남미에서의 영향력을 놓아온 사이 이념적 동질성을 내세운 중국의 인프라·자원 투자가 먹힌 지역이 중남미다. 이런 판에 브라질이 노골적 친중 노선을 걷는다면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제정책 등 룰라의 향후 내치(內治)가 우리에게 포퓰리즘 차원의 경계 내지는 주시 대상이라면, 국제적 친중 연대는 현실적 도전이 될 수 있다. 브라질 등 핑크 타이드의 남미 좌파 6개국이 에너지·식량을 위시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떤 행보를 할지, 진영논리의 블록화까지 충분히 내다보며 입체 외교를 펴야 한다.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심화하는 시대다. 브라질 새 정권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미리 잘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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