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수법이 점점 고도화되고 적발 금액도 연간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둘 만큼 불어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예방 수단이 부족하고 처벌 수위도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금 누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A씨 사례 같은 온라인을 통한 보험사기 유인·확산을 막을 효과적인 장치가 현행 특별법에는 없다는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김병욱, 박재호, 소병철 의원 등은 보험사기 알선·교사·방조 관련 정보에 대해 금융당국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등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기 알선 행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로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냈다. 가령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페이백으로 유인해 병원에 공급한 뒤 진료비의 10~30%가량을 수수료로 챙기는 등의 브로커 조직이 보험사기의 온상이라고 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공영보험과 민영보험이 결부돼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같은 공영보험사는 민영보험사에 보험사기 관련 자료를 요청해 조사에 활용하지만, 역으로 민간 보험사가 공영보험 자료를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기 범정부대책기구를 상설 운영해 공·민영보험의 정보 교류를 촉진하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세 건 발의돼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보험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총 여덟 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보험금을 노리고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이은해 사건’ 이후 보험사기 관련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업계는 올해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은해 사건은 사실 비교적 흔한 보험사기 사건”이라며 “국민 안전과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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