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은 벌써 3개월째 감소세다. 지난 8월(-7.8%)과 9월(-5.7%)에도 뒷걸음질쳤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달 1~25일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28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급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자족경제를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 의지에 따라 (중국)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며 “그동안 한국은 중국의 성장세를 등에 업고 수출을 확대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계경제 둔화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서버 증설 축소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경기는 혹한기로 접어들고 있다. 반도체 가격도 급락했다. 반도체가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란 점에서 반도체 경기 급랭은 상당 기간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출은 577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었다. 올해 전체로는 직전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 수출 실적(6444억달러)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0월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올해 전체 수출 실적도 빛이 바랠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지난달 12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15.7% 줄어든 반면 중국에서의 수입이 11.9% 증가한 결과다. 대중 무역수지는 5~8월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다 9월 흑자(6억8000만달러)로 돌아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일본(-20억3000만달러), 중동(-72억달러), 중남미(-9억4000만달러)에서도 비교적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25억5000만달러)에서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체 판세를 바꾸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와 수출 감소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동안 굳건히 버텨주던 반도체 부문도 수출 실적이 악화된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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