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달러박스'…반도체 수출 100억달러 무너지고, 對中무역도 적자

입력 2022-11-01 18:23   수정 2022-11-09 16:50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2년 만에 고꾸라지면서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밑돌면서 1년 전보다 17% 넘게 감소했다. 세계 경기 하강으로 반도체뿐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등 그동안 ‘수출 효자’ 노릇을 한 품목들도 줄줄이 부진에 빠졌다. 당분간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낮다. 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2개월 만에 일제히 뒷걸음질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난 데 이어 핵심 성장엔진인 수출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마저 뒷걸음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111억7000만달러) 대비 17.4% 줄어든 92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수출 100억달러’ 선이 붕괴됐다.

반도체 수출은 벌써 3개월째 감소세다. 지난 8월(-7.8%)과 9월(-5.7%)에도 뒷걸음질쳤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달 1~25일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28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급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자족경제를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 의지에 따라 (중국)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며 “그동안 한국은 중국의 성장세를 등에 업고 수출을 확대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계경제 둔화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서버 증설 축소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경기는 혹한기로 접어들고 있다. 반도체 가격도 급락했다. 반도체가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란 점에서 반도체 경기 급랭은 상당 기간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15대 주력 품목 중 11개 수출 감소
수출에 타격을 받은 품목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전체 1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11개가 뒷걸음질쳤다. 수출 감소 품목은 컴퓨터(-37.1%), 석유화학(-25.5%), 철강(-20.8%), 가전(-22.3%), 섬유(-19.1%), 바이오헬스(-18.7%), 디스플레이(-7.9%), 무선통신기기(-5.4%), 일반기계(-3.4%), 선박(-2.6%) 등이다. 자동차(28.5%), 석유제품(7.6%), 자동차부품(3.2%), 2차전지(16.7%) 등 4개 품목은 수출이 늘었지만 전체 수출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출은 577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었다. 올해 전체로는 직전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 수출 실적(6444억달러)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0월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올해 전체 수출 실적도 빛이 바랠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 무역도 적자 전환
수출은 감소했지만 수입은 지난달에 9.9% 늘어난 59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67억달러 적자였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56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10월까지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58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16억달러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를 대폭 갉아먹었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지난달 12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15.7% 줄어든 반면 중국에서의 수입이 11.9% 증가한 결과다. 대중 무역수지는 5~8월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다 9월 흑자(6억8000만달러)로 돌아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일본(-20억3000만달러), 중동(-72억달러), 중남미(-9억4000만달러)에서도 비교적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25억5000만달러)에서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체 판세를 바꾸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와 수출 감소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동안 굳건히 버텨주던 반도체 부문도 수출 실적이 악화된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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