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에 최초로 신고했던 한 시민이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무서울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최초 신고자 A 씨는 2일 TBS 라디오,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태원에서 어렸을 때부터 살았고 지금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며 "제 가게로 남편과 딸이 올 때까지 5시부터 3층 위에서 쳐다보고 있다가 6시쯤 (가족과 함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난 세계 음식 거리, 클럽 거리, 해밀턴 호텔 뒷골목이라고도 하는 (골목) T자 부분의 윗부분부터 무서웠다"며 "이미 오후 6시 무렵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 씨는 "(남편, 딸과 함께) 구경하려고 들어섰을 때부터 뒤로 가야겠는데 뒤로도 갈 수 없어 인파에 몰려서 한 방향으로 내려가야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밀턴 호텔 쪽)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올라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고 사고가 났던 마트 골목으로 꺾으니 거기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1번 출구에서 매우 많은 사람들, 제 생각에 1번 출구에서(나온 사람들의) 90% 이상 그 골목으로 모두 올라가려고 했다"며 "1번 출구에서 나온 사람들도 그 위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올라가자 위에서 내려오던 사람들이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내려가! 내려가!'라고 구호를 외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해밀턴 호텔 쪽에서 딸하고 남편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1번 출구에서 나온 사람들이 웃으면서, (상황을) 잘 모르고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 보니까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제 딸도 인파에 휩쓸려서 놓쳤다"며 "나중에 남편이 '너(딸)를 못 봤다면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고 하더라"며 자기 가족들도 큰일 날 뻔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태원을 잘 알고 있다는 A 씨는 "주말에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저희가 내려올 때는 6시간 조금 넘었을 때인데 미취학 아동들을 목말 태우는 아버지도 있었고 유모차 밀고 내려오는 엄마도 있었는데 그분들도 어떻게 내려왔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29일 오후 6시 34분 "여기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길, 해밀톤 호텔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다. 통제 좀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다.
112 접수 경찰이 "교행이 잘 안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압사,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하고 하자 A씨는 "네 네, 너무 소름 끼쳐요"라고 서둘러 와 줄 것을 호소했다.
A 씨 신고 이후 참사 직전까지 10건의 112 신고가 더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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