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열석발언권 감안"…한은·기재부도 '화들짝' [조미현의 BOK 워치]

입력 2022-11-02 15:06   수정 2022-11-02 15:22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시장의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 열석발언권 등을 포함, 금융위의 의견을 한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의견에 "감안해 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논란이 됐는데요.

열석발언권이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에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한국은행법 제91조는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해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열석발언권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도입됐습니다. 이전만 해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결정했습니다. 한은 총재가 당연직으로 참여했지만, 재무부 장관이 의장을 겸임하면서 정부의 입김이 강했습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개혁이 진행되면서 한은의 독립성이 비로소 법적으로 보장됐습니다. 이때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금융통화위원회로 이름이 바뀝니다. 한은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시중은행에 대한 감독 기능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대신, 금통위 의장을 재무부 장관이 아닌 한은 총재가 맡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열석발언권은 한은의 독립을 보장하면서 견제하려는 의도로 남겨둔 것입니다.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더라도 정부가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또 열석발언권이 생긴 이래 정부가 실제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것은 도입 직후인 1998~1999년 네 차례입니다. 이마저도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장관 취임을 겸한 상견례 성격 차원이 컸다고 합니다.

이후 11년간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은 정부는 2010년 1월 다시 행사합니다. 명분은 '경제위기'였습니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출구 전략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기획재정부가 열석발언권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이후 2013년 2월까지 총 46회의 열석발언권이 행사됐습니다. 당시 한은 노조는 '관치 금융'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한은은 열석발언권 존재 자체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 상징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나 간섭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평상시 기재부 차관이 열석발언권 행사를 이유로 금통위에 참석할 경우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경제·금융시장의 위험에 대한 인식 공유와 공동 대응을 위해 필요하면 제한적·보충적으로 활용되도록 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열석발언권 감안' 발언을 두고 한은과 기재부는 일제히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합인포맥스에 "법에 있는 것이니까, 지나가는 말로 했을 것"이라며 일축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금융위도 수습에 나섰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며 "위원장과 이 총재는 자주 만나면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은 관계자 역시 "국회 질의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봐야 한다"며 "금융위와 한은의 협조 관계는 총재부터 실무선까지 잘되고 있고 아무 갈등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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