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려면 무엇보다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샘 미샬카 올린공대 컴퓨터 신경과학 및 공학 교수는 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두려움과 억압을 느끼면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샬카 교수는 미국의 올린공대를 대표해 '대학 혁신과 기업의 역할' 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올린공대는 역사(2002년 개교)가 짧고, 학생 수가 300여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공대로 불리는 곳이다.
미샬카 교수는 "올린공대는 학생들이 두려움과 억압을 느끼지 않도록 첫 학기엔 신입생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며 "실패를 연습할 기회를 줘 창의성이 발현될 밑바탕을 마련해준다"고 설명했다.
안근옥 나노캡 및 HCC 기술자문 겸 사장은 창의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먼저 정의했다. 안 사장은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게 창의성"이라며 "반도체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수율이 90% 넘는 상황에도 '왜 10%는 불량이 발생할까' 고민하는 게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조연옥 파크시스템스 경영지원부 전무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선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무는 "색다른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떠오른다"며 "대학에서도 2학년 이후부터 학생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도 조 전무의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김 총장은 "대학에서 경험을 많이 하는 교육을 시켜야 학생들의 창의성이 길러진다"며 "기업들도 학생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회사 문을 열고, 경험을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샬카 교수 역시 기업과 협업하는 올린공대의 사례를 들어 현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린공대는 아마존과 화이자, 포드 등 글로벌 기업들과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4~5명이 한 팀이 돼 1년간 해당 기업에서 일하며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샬카 교수는 "학생들은 학습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면 더욱 집중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습에 더 매진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기업의 존망과 국가의 존망은 결국 인재에게 달려있다"며 "기업이 인력의 핵심 수요처인 만큼 기업이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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