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폭풍전야의 부동산PF시장

입력 2022-11-02 17:48   수정 2022-11-03 00:21

요즘 부동산 업계의 화두는 집값이 아니다. 시행사 대표, 건설사 임원들이 만나면 한결같이 가장 먼저 꺼내는 주제는 ‘미국이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가’다. 내년 전국에서 약 8000가구의 분양을 준비 중인 A시행사 대표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언제까지 금리가 오를지 알아야 구체적인 분양 일정을 짤 텐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고작 856건이었다.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월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2020년 6월 1만5623건의 18분의 1 수준이다. 약 171만 가구인 서울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월평균 3000~4000건이 거래됐지만 지금은 유례없는 ‘거래절벽’이다. 다락같이 오르는 금리에 모든 거래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진짜 위기는 만기 몰린 내년 1분기
강원도 레고랜드의 지급보증 거부 사태가 낳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혼란도 본질은 금리다.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우여곡절 끝에 7000억원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성공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 만기를 앞두고 시장에서 차환에 실패했지만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나선 끝에 간신히 자금을 연장할 수 있었다. 모든 기업이 자금 때문에 아우성인 와중에 사상 최대의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에 마지못해 둔촌주공 ABSTB를 인수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금리가 시중 주택담보대출의 2배 수준인 연 12%다. 은행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라기보다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격’이다.

둔촌주공은 부동산 PF발 위기의 전초전이다. 일반분양이 4700여 가구에 달하는 사업장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본 건설업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업계에선 부동산 PF 만기가 집중 도래하는 내년 1분기가 시한폭탄의 발화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PF, 정부 위기관리 시험대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ABSTB 중 건설사가 연대보증 등의 신용을 제공한 1년 이내 단기자금은 15조8422억원에 달한다. 이 중 86.6%가 내년 1분기에 만기를 맞는다. 신용등급이 취약한 저축은행 부동산 PF의 87% 역시 같은 기간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내년 1분기가 부동산 PF 부실화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현재 연 3.0%인 국내 기준금리도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1년 전 연 3~4%로 조달한 부동산 PF 금리가 내년 1분기 만기 때는 최소 3~4배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PF 유동화증권 금리가 이미 연 10%를 넘어선 마당에 이 정도의 금리를 감당할 건설사나 시행사가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 “단기 자금 경색으로 줄도산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부동산 PF가 무더기 부실화되면 정부의 270만 가구 공급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낳을 것은 자명하다. 약 11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가 현 정부의 위기관리 시험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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