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의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면서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도 가격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 정비계획안 심의를 19년 만에 통과하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집값이 떨어지면서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19억9000만원(2층)에 매매되면서 20억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최고가 26억3500만원(11층)에 비해서는 1년 만에 6억4500만원 하락했다.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심의 통과 발표 전에 계약이 이뤄졌긴 했지만, 2년 만에 20억원이 붕괴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지난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받고 지난달 19일에야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것은 10월이지만 재건축 기대감은 8월부터 높아졌다. 번번이 자문위원회만 맴돌다 소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재건축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10월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도 무난한 통과가 점쳐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재건축에 파란불이 들어왔고, 조합이 설립되면 매수 자체가 어렵기에 매수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조건부 승인 이후 9월 체결된 거래는 두 건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하락 거래였다.
지난 9월 전용 76㎡는 직전 거래 대비 3억4000만원 내린 21억4000만원(13층)에 팔렸다. 같은 달 전용 84㎡도 직전 거래보다 7000만원 저렴한 25억원(10층)에 매각됐다. 높아진 재건축 기대감과 별개로 은마아파트 가격은 하락을 거듭한 것이다.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로도 시장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도계위를 통과하고 며칠 동안은 전화가 쏟아졌다"면서도 "거래가 늘어날 줄 알았더니 그렇진 않았다. 가격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는 수요자만 많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당시 19억원대면 매우 저렴한 급매물이었는데 지금은 더 낮은 가격의 매물도 많다"며 "거래가 없다 보니 아예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도 많았지만,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 역시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매물 130여건 가운데 약 50건이 호가 20억원 아래로 나와 있다. 호가가 최근 거래가보다 9000만원 낮은 19억원인 매물도 약 10건에 달한다. 19억원 매물은 대부분 1·2층이지만, 중층과 고층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재건축이라는 호재에도 가격이 반등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이 냉각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614건에 그쳐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가 됐다. 한국부동산원도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2019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75.4에 그친 것으로 집계했다.
한편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에는 현재 14층, 28개 동, 4424가구인 단지를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공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맡는다.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최고 49층으로 재건축 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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