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로 치를 대가 너무 커…동맹국과 열린 무역체제 필요"

입력 2022-11-02 18:15   수정 2022-11-03 02:0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자 세계 통상질서는 혼란에 빠졌다. 에너지 및 식량 위기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를 근거로 자국 중심주의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세계 석학들은 기업, 정부 모두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 기조세션1은 ‘탈세계화와 신냉전’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최중경 한미협회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경제사학자이자 무역정책 전문가인 어윈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 집권, 코로나19,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세계화 속도가 둔화(slow)된 것은 맞지만 탈세계화까지 진행되진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윈 교수는 “세계화가 끝나가냐고 질문한다면 ‘아니오(No)’라고 답하겠다”며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제주체는 완벽하게 분리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세계화의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정치적 파편화가 경제적 파편화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세계 통상질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발표자들은 입을 모아 “한국, 일본 같은 나라에 미국, 중국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윈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념은 친무역보다는 반무역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동맹국을 열린 무역체제 아래 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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