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현 협회장의 연임 포기로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5파전으로 압축됐다. 업계에선 특히 전병조 KB증권 전 사장과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의 양자 대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나 회장은 불출마 선언문을 발표하고 "11월 초입이니까 빨리 결정을 내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저를) 여전히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또 한 차례 당선이 된다고 한들 지금보다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고, 무엇보다 번아웃이 왔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선언문을 통해선 후임 후보들을 향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그동안 출마 선언을 한 후보들은 모두 자본시장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라며 "협회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엔 무엇보다 공정한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그동안 추진했던 과제들도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로써 금투협회장 선거는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과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구희진 대신자산운용 전 대표 등 5파전으로 전개되는 흐름이다. 시장에선 전병조 전 사장과 서유석 전 대표의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병조 전 사장은 관료 출신이다.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인 전 전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등을 거쳐 증권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8년부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에서 IB 업무를 총괄하다 KB증권 사장에까지 올랐다. 이 점이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료 출신 만큼 정부에 업계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제대로 전달할 수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무관 시절부터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해왔는지 쭉 살펴보면서 고위 공무원까지 오른 이와, 이를 경험해 보지 못하고 업계에만 있었던 이들은 행정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 차이가 클 것"이라며 "협회에서 하는 역할이 결국 소통을 통한 제도개선인 만큼 전 전 사장의 넓은 정부 인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전 전 사장을 견제할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인물은 서유석 전 사장이다. 대형사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원군이기 때문이다. 서 전 사장은 1988년 하나증권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미래에셋증권에서 리테일사업부 대표와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등을 맡았다. 이어 미래에셋맵스로 잠시 적을 옮겼다가 2012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자리를 잡았다. 약 4년간 마케팅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총괄하다가 2016년 대표직에 올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모든 운용사들이 서 전 사장에 표를 주고 증권사 업권에선 미래에셋증권 한 곳만 지지해 준다고 하더라도 전 전 사장과 함께 결선 투표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운용사들은 직전 경력이 운용사인 서 전 사장에 힘을 몰아줄 공산이 큰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의 표 행방이 주목된다"며 "자기자본비중이 반영되는 만큼 대형 증권사들의 표 가중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