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버는 부서, 셔터 내립니다"…여의도 증권가 '칼바람' [돈앤톡]

입력 2022-11-03 14:37   수정 2022-11-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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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 여파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부서 통폐합, 인원 감축 등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곳은 리서치센터다. 그동안 리서치센터는 증권사의 대표적인 비용부서로 인식돼왔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조직 구조와 인력 효율화를 위해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된 임직원은 약 30명으로 일부는 부서 폐지에 따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남았거나 계속 근로자인 임직원의 경우 유사 업무로 전환 배치해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실적 악화가 심화되면서 고정비용이 큰 부서부터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앞으로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리서치센터는 주로 법인영업 부서를 지원하는 역할을 진행한다. 주식형 펀드 시장이 지지부진한데다 법인영업 수수료가 내려가면서 점차 돈 못 버는 '비용 부서'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대부분 주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기업분석보고서도 기관 투자자들이 매매하는 대형주 위주로 발간된다.

공모펀드 시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지면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인력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등 해외 주식으로 점차 옮겨가고, 펀드매니저들이 주로 액티브 펀드를 운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0월 말 기준 주요 증권사(미래에셋·삼성·키움·한국투자·NH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총 224명이다. 연도별 애널리스트 수 집계가 안 되는 키움·한국투자·NH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미래에셋증권은 16명, 삼성증권은 3명 줄었다.

그나마 대형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규모를 유지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자연스레 리서치 인력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신생 증권사인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별도의 리서치센터 조직 없이 애널리스트만 두고 있다.

토스증권은 기관영업을 하지 않아 리서치센터가 없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과거에 법인영업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법인영업쪽 리포트가 중단된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를 축소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아쉬움은 커지고 있다. 좋은 종목을 찾아 헤매는 개인투자자들은 리서치센터의 기업 리포트를 투자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처럼 리포트 자체를 유료화하지 않고 있어 리서치센터 자체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부는 하나의 패키지로 움직이는데 법인영업이 약하면 리서치센터를 유지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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