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상상조차 힘든 일을 계속 벌이고 있다. ‘푸틴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크림대교를 폭파한 것이 대표적이다. 겨울을 앞두고 유럽 에너지 위기를 증폭시키기 위해 멀쩡한 바닷속 가스관도 연쇄 폭파했다. 서방은 “모두 확전의 명분을 쌓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세금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 재정정책과 금리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트러스 내각은 이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와중에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정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이 찬물을 붓는데 도로 뜨거운 물을 붓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후 1980년대 제3세계 국가에서나 벌어질 법한 사태가 2022년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영국에서 터졌다. 영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뛰었다. 영국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의 파산설이 퍼졌고,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뻔했다.
빼놓을 수 없는 세 번째 인물이 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지난달 2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는 시진핑이 황제에 오르는 대관식이었다. ‘시진핑의 푸틴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해외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홍콩증시는 폭락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시진핑 집권 3기는 금융시장에 리먼급 충격을 가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증시는 낙관을 먹고 산다. 뉴욕증시는 올 들어 급락했지만 줄곧 희망을 되찾았다. 지난 10개월간 무려 일곱 차례나 베어마켓 랠리를 펼쳤다. 피벗(미국 중앙은행(Fed)의 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가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야성의 시대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짙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이들에게 역사는 말한다. 전쟁이 끝나기 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끝내기 전 강세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베트남전 발발 직후 주가는 54%, 걸프전 때는 28% 급락했다.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자주 오버랩되는 폴 볼커 전 의장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도 증시는 약세장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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