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겹괴기담', "줄거리도, 배우 표정도 없어 마치 새로운 형태 종합예술"

입력 2022-11-03 18:19   수정 2023-04-27 10:26

“신발이 부러졌어요.” (암전) “당신 신발끈이 풀렸네요.” (암전) “어머!” (암전) “신발 한 짝이 없네요.” (암전) “그냥 씻겨줄게요.”

연극 ‘겹괴기담’(사진)을 찾은 관객들은 혼란스럽다. 두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반복되는 암전 속에 각각의 장면과 대사 조각들이 파편적으로 관객 앞에 놓일 뿐이다. 그래서 극본을 쓴 작가가 어떤 주제 의식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수 관객들이 ‘내가 본 건 연극이 아니라 무대와 조명 디자인, 음악 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종합예술’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실험극의 대가 마이클 커비(1931~1997)의 희곡을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연출했다. 김 교수는 1982년 이 작품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고, 2000년에도 무대에 올렸다. 이번이 세 번째다. 김 교수는 “40년 전엔 독특한 형식에 낯설어하는 관객이 많았다”고 했다.

무대 디자인부터 파격적이다. 사방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무대 반대편 자리에 앉은 다른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가로 6m, 세로 6m의 정사각형 무대를 5개의 공간으로 나눠, 각각 1.2m 간격의 좁은 공간을 배우들이 옮겨 다니면서 연기한다.

호흡이 빨라 러닝타임 80분 내내 집중하게 된다. 연극은 짤막한 장면 수십 개로 이뤄졌다. ‘주인공’ ‘적대자’ ‘조력자’ 등이 등장하는 두 편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한 장면씩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형식이다. 한 이야기의 장면 하나가 끝나면 다른 이야기의 다음 장면이 시작되기 전까지 암전이 되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배우는 하나의 소품에 불과하다. 무대와 관객 사이에 검은색 반투명 막이 가려져 있어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조명까지 어두워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다. 배우의 실감 나는 표정과 몸짓이 성패를 가르는 일반 연극과 달리 이 작품에서 배우는 연극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 얼굴엔 “신선했다”는 표정이 읽혔다. 공연은 오는 6일까지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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