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는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이런 ‘답 없는 고민’들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철학자들이 만든 철학 콘텐츠 스타트업인 ‘필로소피 미디엄’이 썼다. 예컨대 저자들은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원한다면 회사를 나가도 된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조언이지만, 부연설명이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존재다. 퇴사 여부는 맞고 틀림이 아닌 선택의 문제이니, 스스로 잘 생각해 결정을 내리면 된다. 이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너의 탓이다. 다만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영원히 잘못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미완성인 존재이기에, 잘못된 선택을 해도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게 사르트르의 철학이다.”
회사 경영이나 처세술에 관한 내용도 있다. 손자가 쓴 고전 병법서 <손자병법>에 따르면 장군은 용기(과단성)와 지혜를 모두 갖춰야 한다. 이는 회사 경영진이 갖춰야 할 덕목과 같다. 손자는 또 장군이 병사들의 사기를 잘 북돋워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악덕 사장이 있는 회사와 모든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장이 있는 회사, 둘 중 어느 곳이 살아남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
쉽게 읽히는 철학 교양서다. 주요 사상가들의 지식을 실생활과 연관 지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철학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을 갖추기에 적합하다. 직장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재에 불과한 만큼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대단한 통찰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에 작은 위로를 얻기엔 충분하다. “분노로 몸과 마음을 상하면 그 사람만 손해”(장자), “당신이 ‘번 아웃’된 건 새로운 생활방식을 시작할 기회란 의미”(질 들뢰즈) 등이 그런 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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