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초부자 감세 저지"에 막혀…'현실화율 목표치 하향' 꺼낸 정부

입력 2022-11-04 18:31   수정 2022-11-05 01:19

4일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것은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평가된다. 주택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직접적 수단인 세율 인하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를 덜 올리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주택 보유세를 둘러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치열한 수싸움이 깔려 있다. 일찌감치 보유세 인하 방침을 들고나온 윤석열 정부는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물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세율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보유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정부 안대로 종부세 과세 기준을 14억원으로 올리면 시가 20억원 이하의 주택은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 300석 중 169석을 장악한 민주당이 보유세 개정에 반대하면 정부와 여당이 넘어설 방법은 없다. 이 같은 반대를 우회하는 길이 공시가 현실화율 조정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고시를 통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현실화율을 떨어뜨리면 과표가 낮아져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시가 현실화율 최종 목표치까지 수정하지 않은 것은 향후 야당과의 협상을 위해 카드를 아꼈다는 평가가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종부세 이외에 법인세, 소득세 등 다른 감세안도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치까지 조정할 경우 민주당이 크게 반발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도 “종부세, 소득세, 법인세 등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에 반대한다”며 “이외에 권력기관 예산과 부실 설계, 불요불급한 사업 등의 예산을 대폭 깎고, 그 돈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사업에 5조원 규모의 예산을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 등을 막아 약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고, 대통령실 이전 등 권력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으로 5조원 안팎의 재원을 마련해 ‘민생 사업’에 쓰겠다는 것이다. 예산 심사를 통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예산은 대폭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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