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에 생긴 '도시 숲'…통신사가 만든 이유는

입력 2022-11-05 08:09   수정 2022-11-05 10:30


KT가 서울 광화문 빌딩 사이에 ‘도시숲’ 정원을 조성했다. 서울 도심 내 주요 업무 권역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자연을 즐기며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다.

5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서울 광화문 이스트사옥 주변에 도심 속 숲과 정원 ‘디지코가든’을 조성했다. 정원 두 곳과 숲길 세 곳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종로구청과 KT 이스트사옥 사이부터 광화문D타워로 가는 길까지 건물을 빙 둘러 여러 수목을 식재했다.

디지코가든은 인근에 있는 기존 건물과 상가, 길 등 지형지물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정원 입구엔 수령이 100년에 가까운 팽나무를 옮겨 심었다. 팽나무는 최근 KT가 콘텐츠 제작·유통에 참여한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요 소재로 쓰인 수종이다. 옛부터 마을 입구에 식재돼 마을 공동 쉼터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KT 이스트사옥 북쪽에는 바람정원을 조성했다. 건물의 대형 환기구가 있고, 항상 그늘이 져있는 지형을 고려했다. 바람 소리를 부각하는 설계를 적용해 공간 특징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일대엔 자작나무 여럿을 심고 음지식물과 이끼 등을 식재해 깊은 산 속 풍경을 재현했다. 하늘 색이 비치는 ‘거울 연못’도 들였다. 안상규 KT 과장은 “수목과 초화류 등을 가장 신경써서 식재해 구성한 공간”이라며 “갑자기 숲에 들어선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남쪽엔 주차장 출입구 필로티 구조를 활용해 하늘정원을 꾸몄다. 전망데크를 설치하고 갈대 조명 400여개를 마련해 야경을 연출한다. 작은 동산을 오르듯 걸어가며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 사옥과 광화문D타워 사이엔 배롱나무 15그루를 심었다. 기존에 있는 은행나무와 어우러진 수목 터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꽃 향기가 좋기로 이름난 정향나무도 식재했다. 매년 8~10월께 배롱나무의 붉은 꽃과 정향나무의 연보라색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KT 사옥 서쪽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실개천 '중학천' 양 옆으로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와 느티나무 숲길을 조성했다. 중학천을 따라 걸으며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삼색버들, 수선화 등의 색감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디지코가든을 조경 견학 코스로도 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한편 ‘도시형 오픈스페이스(공공 공간)’ 설계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최근 서울대, 단국대, 원주대 등에서 조경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다녀갔다.

최영준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조교수는 "통상 도심 내 정원 설계가 특정 건물이나 근생시설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디지코가든은 이미 기존에 있는 중학천변이나 공공가로를 고려한 설계로 일대를 도심속 정원과 숲으로 통합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민관협력 사례로도 꼽힌다. KT는 디지코가든을 서울 종로구와 함께 협업해 조성했다. 지난 8월 새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한 광화문광장과 함께 도시 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김채희 KT 전략기획실장(전무)는 "바쁜 업무 공간으로만 남기 쉬운 광화문에서 녹색 숲을 조성해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디지코 KT 브랜드를 알리는 상징적 공간인 한편 시민들이 ‘힐링’을 경험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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