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매파 본색'에도…2만달러 지켜낸 비트코인의 힘은

입력 2022-11-06 17:29   수정 2022-11-07 00:16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글로벌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암호화폐는 의외로 선방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아직 통화정책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으면서 애초 암호화폐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2만달러 선을 지켰고, 이더리움은 소폭 오르면서 바닥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4일 암호화폐 시세정보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전날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1569달러에서 3.6% 하락했다가 1580달러까지 회복했다. 비트코인도 FOMC 이전 수준인 2만500달러를 넘어섰다. 나스닥은 이날 하루에만 3.36% 급락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마켓워치는 “비트코인이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 주식보다 낮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전문 리서치업체 크립토컴페어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1만 개 이상 보유한 지갑의 매집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손바뀜이 일어난 비트코인 비율이 11.51%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비트코인의 대부분을 장기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들 장기투자자가 비트코인을 투매할 가능성이 낮아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알트코인들도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주로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암호화폐 위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5일 “트위터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뒤 급등세를 탄 도지코인이 대표적이다. 트위터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도지코인은 지난달 25일 0.06달러에서 이달 2일 0.14달러로 133% 상승했다. 트위터가 머스크의 인수 이후 애초 계획한 암호화폐 지갑 개발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하루 만에 9% 가까이 내려앉기도 했다.

바이낸스 코인도 비슷한 사례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5억달러를 출자했다. 그러자 바이낸스 코인도 이른바 ‘크립토 트위터’에서 도지코인과 함께 결제 수단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바이낸스 코인은 바이낸스 블록체인에서 수수료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암호화폐다. 주기적으로 소각이 이뤄지는 데다 바이낸스 이름값 덕에 바이낸스 코인의 시가총액은 이더리움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기반 암호화폐인 에이브도 지난 한 달간 19.4% 상승했다. 최근 JP모간과 SBI디지털홀딩스 간 외환거래 실험에 활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JP모간은 에이브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토큰화된 싱가포르달러를 발행한 후 SBI디지털홀딩스가 토큰화한 엔화와 교환했다. 디파이 상에서 외환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라인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루는 암호화폐 링크는 거래량 기준 세계 6위 규모 거래소인 후오비에 상장돼 화제가 됐다. 지난달 25일 28달러에서 2주 만에 34달러로 오르는 등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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