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들어가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CJ 등 주요 그룹이 조기에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을 중용하고 내실 위주의 ‘방어형 인사’가 주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직개편 규모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DS(반도체)·CE(소비자가전)·IM(모바일) 3대 사업 체제를 DS(반도체)·DX(디바이스경험) 두 부문으로 통합한 지 1년밖에 안 돼서다. 글로벌 수요 위축 등 경영 여건이 불확실해진 만큼 기존 진용을 크게 흔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 이 회장 승진에 따른 별도 비서 조직, 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의전을 중시하지 않는 편이어서 비서 조직은 꾸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빅3’ 계열사 CEO는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다 재임 기간이 2~3년으로 비교적 짧고, 정 회장 취임 후 임명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핵심 CEO는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예상된다. 40대 발탁 인사,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분야 중용, 외부 인재 수혈 가능성도 높다. 일부 계열사 CEO는 쇄신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LG그룹은 예년처럼 이달 말 사업보고회 후 임원 인사를 시행할 전망이다. LG전자의 작년 인사 폭이 컸던 만큼 올해는 상대적으로 소폭 인사가 예상되지만, ‘미래 준비’를 강조하는 구광모 LG 회장이 2년 연속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일부 계열사의 경우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언급된다. 반대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LG이노텍엔 보상성 인사가 예상된다.
지난해 파격 인사를 단행한 롯데그룹은 기존 임원진에 힘을 실어주며 그룹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매년 11월 말이나 12월 초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뉴 투 빅(새로운 것을 크게 만들자)’에 맞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사를 시행한 한화·현대중공업·CJ그룹 등은 3~4세를 전면에 배치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은/김일규/정지은/강경민 기자 se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