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플라스틱 시장, 속은 썩어 갑니다

입력 2022-11-06 18:01   수정 2022-11-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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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분해될 수 있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말 대규모 공장을 조성했다.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판단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방문한 A사 공장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원료(PLA)만 가득 쌓인 채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A사 관계자는 “수요 기업의 발주가 뚝 끊기면서 공장 가동이 사실상 멈췄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환경부가 ‘탈(脫)플라스틱’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분해 제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불확실성 여전한 생분해 봉투
환경부는 지난 1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오는 24일부터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일회용 봉투 사용을 금지하면서 기존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봉투는 2024년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애초 생분해 봉투 사용도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산업계 우려를 반영해 일부 완화된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당장 퇴출을 우려해온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사들로선 한숨 돌리게 됐다.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환경부가 생분해 플라스틱의 신규 인증(EL724)은 중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기존 생분해 봉투의 친환경 인증이 만료되는 2024년 이후엔 생분해 봉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마트 코스트코 등 수요 기업들도 아직은 생분해 봉투 발주를 본격화하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기업은 그동안 생분해 봉투 퇴출 가능성에 대비해 발주를 중단해온 만큼 발주를 재개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생분해 봉투가 2024년 이후에도 계속 허용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환경부가 생분해 플라스틱에도 다른 일회용품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2024년 이후에 생분해 봉투가 무조건 퇴출된다는 뜻은 아니다”며 “국내 여건에 맞는 새로운 생분해 인증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매년 21.7% 성장하는 신산업인데…
환경부가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달리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세 부과 품목에 플라스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중국은 분해 불가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생분해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액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냈다.

윤석열 정부도 생분해 플라스틱을 아우르는 ‘화이트바이오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하지만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환경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책 방향이 불확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 지난 6월 생분해 플라스틱 규제를 풀어 1조6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말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과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 바이오플라스틱은 약 670조원에 달하는 기존 플라스틱 시장을 대체할 신성장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오플라스틱의 시장 점유율은 3.5%(약 20조원)로 매년 21.7%씩 증가해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3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162조원 규모인 포장시장도 생분해 플라스틱의 활용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LG화학 CJ그룹 BGF 등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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