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많았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불황이 올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션은 잦아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국도 최고 기준금리가 연 4% 이상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자산 거품이 붕괴하고 자금시장도 급속히 경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와 물가, 환율 등 정책 목표 가운데 무엇을 희생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며 “물가와 환율은 최우선 순위로 지켜야 하고, 경기를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계 부채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부채의 오버행(내수 위축에 따른 저성장)’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대응뿐 아니라 중·장기적 대책도 필요하다는 데 전·현직 경제학회장들은 공감했다. 하 명예교수는 “거품이 꺼지면서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며 “여기에 맞춰 새롭게 경쟁력을 갖추는 부문별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정운찬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장기·중기·단기에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잘 안 보인다”며 “정부와 기업이 계획과 비전을 세울 때”라고 했다.
정부 위기관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대통령이 위기관리기구를 직접 챙겨야 한다”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위기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사안을 디테일하게 챙기고 시장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를 겪으면 비효율적인 기업은 퇴출당하고, 저축의 중요성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며 “다가올 불황을 한국 경제가 건전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임도원/강진규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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