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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퇴임 후 경남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풍산개 3마리를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뜻을 최근 전해오면서 난데없이 ‘파양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풍산개를 키우는데 매월 약 250만원이 드는데 예산 지원 없이는 더 이상 키우기가 어렵다는 게 문 전 대통령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료값까지 국가가 부담하라는 것이냐”고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대통령실이 풍산개 위탁과 관련한 근거 규정 마련을 거부한 결과”라고 반박했습니다.
2017년 11월생인 수컷 ‘송강이와 2017년 3월생인 암컷 ‘곰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는 “이 개들은 혈통증명서도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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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산개 한 쌍은 판문점을 거쳐 동물검역 절차를 마치고 같은 달 27일 남측으로 인수가 완료됐습니다. 청와대에서 풍산개들은 새끼를 모두 7마리 낳았는데, 이 중 ‘다운’이를 제외한 다른 새끼들은 다른 곳으로 입양됐습니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직전까지 청와대에 남아있던 풍산개는 북한에서 선물한 송강·곰이 커플과 그 새끼인 다운 이렇게 세 마리였던 것이죠.
지난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문 전 대통령이 키우던 풍산개 거취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선물 받은 풍산개는 대통령 개인 소유가 아닌 국유재산으로 분류됩니다. 사료값이나 각종 비용도 국가 예산에서 지급되는 만큼 대통령 퇴임 후에는 후임 대통령이 키우거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3월 23일 취재진과 만나 “저한테 (곰이와 송강이를) 준다면 잘 키우겠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정을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게) 선물 취지에 맞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만남에서도 풍산개 거취가 논의됐고, 문 대통령이 데려가 계속 키우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육 문제는 일단 정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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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기관을 대표해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 수탁기관을 대표해 오종식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서명한 이 협약서는 풍산개 3마리의 사육 및 관리를 국가가 문 전 대통령 측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위탁기간은 문 전 대통령 퇴임일인 2022년 5월 10일부터 위탁대상 반환 또는 멸실(사망)시까지로 하되, 중도에 양측 합의에 의해 종료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위탁기관인 대통령기록관이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양측 합의에 의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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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체결 이후 행정안전부와 대통령기록관은 풍산개 등 위탁 대상 동·식물 관리에 필요한 물품·비용 지원 근거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6월 17일 행안부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합니다. 행안부는 개정안 취지에 대해 “대통령선물 중 동물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됨에 따라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고 관리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수탁받은 기관 또는 개인에게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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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입법예고가 이뤄질 당시 행안부 장관은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이상민 장관이었습니다. 입법예고는 일주일 뒤엔 같은 달 24일 종료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이 경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늦어도 그 다음달 초쯤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해당 시행령은 이례적으로 입법예고가 끝난 지 네 달이 넘도록 공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5일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행안부에 전달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7일 SNS에 ‘풍산개 반환에 대한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반환 요청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퇴임 직전 풍산개를 키우기로 한 뒤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시행령을 개정해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 전 대통령 측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 하다”며 “그렇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라고도 했습니다.
애초에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대통령기록관과 협약서를 체결한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 의원은 “심성보 대통령기록관과 오종식 문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은 해괴한 협약서를 작성했다”며 “이를 토대로 시행령 개정시도가 이뤄졌고, 사료비?의료비?사육사 인건비 등으로 약 250여만원의 예산지원 계획이 수립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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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퇴임 이후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육비까지 국민혈세로 충당해야 겠느냐”며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값이 아까웠습니까?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시행령 개정과 관련한 문 전 대통령 측 설명을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 측에서 풍산개를 맡아 키우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대통령실이 반대하여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해당 시행령에 대해 대통령실은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야권은 “악의적인 여론몰이에 분노한다”며 문 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일을 하지 않아 생긴 법의 구멍으로 인한 문제를, 마치 돈 때문인 듯 모욕적으로 뒤집어 씌우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셔라'고 해 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문재인 청와대 초대 홍보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도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약속했던 정부는 지난 6개월 간 모든 조치를 이유 없이 미루고 있었다”며 “전직 대통령이 법을 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라고 거들었습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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