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명목으로 15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꿀꺽한 서울 강남의 안과병원 두 곳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병원에 백내장 수술 환자를 알선해준 브로커 조직이 챙겨간 뒷돈만 2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현행법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찰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서울 강남의 안과병원 두 곳과 브로커 조직 사무실 여섯 곳을 압수수색하고 대표원장 두 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두 병원은 시력 교정과 노년성 백내장 수술을 전문으로 시행해왔다. 백내장 수술은 노화 등에 따라 회백색으로 혼탁해진 안구 내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수술 시간이 20분 정도로 짧고 간단해 동네 병원에서도 손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포괄수가제 대상 항목으로 관련 진료행위를 하나로 묶어 진료비가 정액으로 청구되지만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삽입술(시력 교정 효과)은 의사가 임의로 가격을 책정해 환자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자 한 명당 평균 수술비만 9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외래 치료로는 고액 수술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일당은 입원 기록을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입원으로 인정되면 실손보험금 지급 한도가 질병당 5000만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원하지도 않았는데 허위 입퇴원 확인서를 작성, 교부해주는 방식으로 환자 1만6189명이 20개 보험사로부터 총 1540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하도록 했다.
보험사기가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재정 악화 및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선의의 다수 계약자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9434억원으로 전년(8986억원) 대비 5.0%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회에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11개 제출돼 있다. 보험사기 유인알선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매년 적발 인원과 금액이 증가해온 만큼 국회가 이번 기회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실효성을 확보하고 보험사기 컨트롤타워로서 ‘보험범죄정부통합대책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구민기/이인혁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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