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뭔가 깨질 때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다. 월가는 미국이 내년 1~3분기에 100% 경기 침체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4일 ‘한경 글로벌마켓’(유튜브 채널) 구독자 40만 명 돌파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파월은 1970년대 아서 번스(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한 전 Fed 의장)가 되기 싫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CIO는 파월 의장이 속도 조절을 언급한 것은 “미국 경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일 발표된 10월 고용보고서의 가계 조사에서 실업자가 32만 명 증가한 것을 예로 들었다. 명목 신규 고용이 26만1000명 늘어난 건 대기업이 여전히 잘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 조사에서의 실업 증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수준에서 불경기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Fed가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표여서 한참 뒤에야 나쁘게 나올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도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윤 CIO는 중고차 등 상품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렌트(집세)는 불황이 아니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뭔가 깨질’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미국 부동산의 사무용 건물 시장과 사모 대출(private lending) 시장을 들었다. 사무용 건물은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이자보상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윤 CIO는 미국 국채 금리는 당분간 “수급 요인과 유동성,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더 올라갈 것”으로 봤다. 2년 만기 금리는 연 5%, 10년 만기 금리도 연 4.5~4.6%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보험사 등이 최근 미 국채를 팔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매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침체가 오면 금리가 다시 연 3% 밑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채권 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윤 CIO는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규제로 많이 내린 헬스케어 주식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했다. 에너지주는 미국에 침체가 닥치면 유가가 급락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애플 등 기술주 주가도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CIO는 “애플은 큰 그림으로 보면 중국 문제가 있어 좋지 않다”며 “중국 사람들이 굳이 지금처럼 아이폰을 계속 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CIO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내년 초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이어갈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증시를 무조건 약세장으로 보기 어려운 게 러시아 전쟁도 끝날 수 있고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풀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때쯤 미국에 불황이 올 수 있어 결국 내년에도 변동성이 클 것 같다”고 관측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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