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간 경찰 질타…'尹 비공개 발언' 이례적 공개 이유는

입력 2022-11-08 14:14   수정 2022-11-08 14:20



대통령실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발언 중 약 35분을 공개했다. 1만자 분량의 텍스트는 물론 현장 영상도 가감없이 언론에 제공했다. 대통령의 비공개 회의 발언을 원문 그대로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윤 대통령의 발언을 대폭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통령실 한 고위관계자는 "울분이 있는 국민이라면 그런 질문을 하고 싶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올만한 내용이었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 중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요.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냐 하는 것 아닙니까.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 못 했다고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냐 이 말이에요"라고 질타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도로 통제 관련 발언을 두고 "본질을 꿰뚫는 말이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인파운집으로 인해서 사고의 위험이 굉장히 높아지는 상황이고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의 상황이면, 그리고 그 현장에 다수의 경찰이 있었으면 즉각 그것은 인파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소위 말해서 통행과 점유공간을 넓혀 줘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입니다. 그러면 이 정도 되면 주 도로를 당연히 차단했어야죠"라며 "예를 들어서 블루스퀘어 쪽, 그러니까 해밀톤호텔에서 블루스퀘어 쪽 100~200m 지점에서 녹사평 쪽으로 가는 이태원 앞이 4차선인데 그 중앙선 2차선을 딱 차단해서 막고 이쪽을 회차시키면 이쪽에서 나가는, 녹사평으로 가는 차들은 금방 빠집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을 대처하는 시각이 이래야 하는구나' 생각했다"라며 실무진들도 윤 대통령 발언을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의 대응을 최대한 공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이태원 참사 당시 윤 대통령의 시간대별 대응 상황을 공개했다. 지난 1일에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당시 112 신고 접수 내역을 경찰이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중 일부를 생중계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참사 당시 윤 대통령의 대응이 비판받을 소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를 받은 게 아니라 먼저 대응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당일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쉽게 말해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사례를 '반면교사' 삼는 기류도 여권에서 읽힌다. 여권 한 고위관계자는 "이 정도의 사고가 국민에 준 충격과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특검을 지휘했는데 어떤 대응이 정권을 무너뜨렸는지 훤히 잘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은 이같은 대통령실의 행보를 "경찰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112 신고 내역과 대통령실 대응 타임라인,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비공개 발언 모두 경찰에 책임을 묻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112 신고 내역이 공개되자 여론의 비판은 일선 경찰에 쏠렸고, 이태원파출소 한 경관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언론의 한 가운데에, 비난의 한 가운데 내려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태원 참사 대응 타임라인을 공개했을 때는 경찰청이 아닌 소방청이 먼저 대통령실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할 책임은 어디에 있습니까, 경찰에 있어요"라고 질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정부의 무능을 가리려 참사 책임을 경찰선에서 꼬리 자르려는 것에 더해 ‘경찰 손보기’ 기회를 삼으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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