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방문 고객 분들 중에 '애가 사달라고 한다'며 제품 사진을 보여주시는 부모님들이 많아졌어요. 일상복에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블랙(검정) 색상에 교복 위에도 걸쳐입기 편한 오버핏 사이즈 제품들을 많이 찾으십니다."
몇 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은 모습이 포착돼 '이재용 패딩'이라 불리며 화제가 됐던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최근 10대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서 교복 위에 입는 옷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크테릭스는 웬만한 제품은 1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 브랜드지만, 한때 10대에게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노스페이스 패딩'에 이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조짐이 보인다. 아크테릭스 강남 플래그십 매장 관계자는 "올해 들어 10대 구매 비율이 특히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기존 매장들의 경우 주 고객이 등산을 즐기는 전통적 아웃도어 수요층인 데 반해 최근 문을 연 매장들은 '일상 패션'으로 찾는 사람들이 70%가량 된다. 특히 강남 지역 매장을 방문하는 10대와 학부모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행에 민감한 10대들에게 '힙'한 브랜드로 통하면서 일부 매장에선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기자가 방문한 아크테릭스 스타필드 코엑스점 직원은 "10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사러 오곤 하는데 찾는 상품이 품절돼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전했다.
10대들이 동경하는 힙합 뮤지션, 인플루언서 등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압구정 인근 학교에 다닌다는 고등학생 김모 씨(18)는 "부모님이 등산할 때 입는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요즘 학교나 학원에 가면 아크테릭스 입은 친구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10대들이 찾는 제품으로는 일상복에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블랙 색상에 교복 위에 입기 편한 오버핏 사이즈 인기가 높다. 고3 자녀를 둔 이모 씨(48)는 "우리 부부가 등산할 때 딱 맞는 사이즈로 함께 입던 옷인데 아이가 유행이라며 큰 사이즈로 사달라고 하더라"면서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가볍고 기능성 좋은 옷이라 하나 사줬다"고 했다.
이처럼 10대 사이에서 유행을 타 종전 노스페이스 패딩처럼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고가의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아크테릭스 관계자는 "저희는 트렌드를 이끄는 10대의 '입문'을 반기고 있다. 중장년층에게 기능성은 이미 입증된 브랜드여서인지 아크테릭스를 부정적으로 보며 매장을 찾는 부모는 적은 편"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크테릭스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 김모 매니저는 "가격만 비싸고 기능이 떨어지면 모르겠는데 일부 부모님들은 착용해보고 재구매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모든 제품 라인을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등산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리한 원단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크테릭스 등의 제품을 구매하고 일상복으로 패션 코디한 것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부쩍 늘었다. 패션 인플루언서인 직장인 김모 씨(30)는 "데일리룩 패션으로 오버핏 코디해서 일상복으로도 자주 입는다"고 말했다.
아크테릭스에서 근무해온 한 직원은 "아이가 학창시절 때 한창 노스페이스가 인기였는데 사주지 않고 회사 제품을 입으라고 했더니 싫어했다. 그런데 20대인 지금은 옷장에 아크테릭스 제품들을 채워놨다"며 웃어보였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아버지가 예전에 입던 아크테릭스 모델을 요즘 제가 자주 입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2030 중심으로 아크테릭스, 스노우피크 등 대표적 고프코어 브랜드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62% 증가했다. 아크테릭스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로만 승부하기보다 제품 성능과 기능성으로도 롱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고프코어 브랜드가 인기를 누리는 데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10~20대들은 패션에 어울리면 (아웃도어) 용도나 기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값이 비싼 것도 아무나 사입을 수 없는 차별성과 희소성 때문에 오히려 젊은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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