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423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전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손실을 본 것이다. 두 분기 연속 손실을 본 것은 충남 대산 공장 폭발 사고가 이어진 2020년 1분기 이후 2년여 만이다.
적자폭은 직전 분기(214억 원)와 비교해 무려 1879% 불어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시장 추정치(영업손실 1070억원)보다 훨씬 많다. 매출액은 5조68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9% 늘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제품가격이 통상적 수준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수급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원재료인 납사 가격 하락에 따라 부정적인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발생한 점도 기여했다. 래깅효과에 따른 손실이 약 2100억 원, 재고평가손실이 약 900억 원 정도로 집계됐다.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기초소재 사업에서 2770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래깅효과가 주효했으며, 제품 수요 감소로 마진(스프레드)가 악화하며 수익성이 낮게 나타났다. 첨단소재사업에서도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급락하며 121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사업장(LC타이탄)에서도 1308억 원의 대규모 적자가 났다. 가동률 조정에 따라 매출이 줄어든 데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급 과잉의 심화, 래깅효과 등이 반영돼 수익성이 급락했다. 미국 자회사 LC USA 역시 원재료인 에탄 가격 강세와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제품 수급 악화로 30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기업설명회(IR)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내년에도 경영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초 국내 2위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지분 53.3%)을 체결한 바 있다. 강종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수 자금 조달에 대해 “내부적으로 보유한 현금으로 약 1조 원을 충당할 계획”이라며 “금융회사와도 접촉한 결과 자금조달이 원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달 금리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시장금리와 큰 괴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외부 조달이 실현되더라도 부채비율은 70%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53%다.
내년 중반부터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세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수요 측면을 압박하던 중국의 봉쇄 완화와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4년부터는 에틸렌 신증설 물량보다 추가 수요 증대 폭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회사는 내년 중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금액을 제외하고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롯데케미칼 외에도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등 국내 화학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나빠졌다.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1% 줄었고, 대한유화는 적자전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환경 변화를 반영해 NB라텍스 생산 설비 투자 금액을 2560억 원에서 2765억 원으로 높이고, 투자 기간을 2023년 12월 31일에서 2024년 4월 30일로 늦춘다고 공시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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