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정조사 단독 추진에…딜레마에 빠진 與

입력 2022-11-08 18:32   수정 2022-11-09 00:54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단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이 불참할 경우 국정조사에서 야당 입맛대로 증인 채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사와 관련된 경찰 수사가 ‘셀프 수사’라는 한계에 놓인 만큼 여당이 국정조사를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여당 내에서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회의에서 “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회피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3일부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 추진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선 수사, 후 국정조사’ 원칙을 반복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이 바라는 것은 신속한 (경찰의) 수사”라며 “국정조사는 수사 지연과 증거 유실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겉으론 ‘수사가 우선’이라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관련 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와 협의해 국정조사를 실시할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를 확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동의와 별개로 민주당 요구,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만으로 가능한 구조다.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특위 구성에서 제외할 수 있다. 민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추진과 특위 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당 관계자는 “특위가 전원 야당 의원으로 채워지면 무차별적으로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국정조사를 끝내 거부하면 단독으로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가 ‘셀프 수사’란 한계에 놓인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로선 국정조사나 특별검사(특검) 외에 셀프 수사 우려를 불식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가 부실하면 자칫 ‘제 식구 감싸기’나 ‘꼬리 자르기’라는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주 원내대표가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도 마다치 않고 앞장서서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여권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국정조사를 비롯한 경찰 지휘부나 장관에 대한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야당 단독 국정조사는 정쟁 수단으로만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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