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내리막길을 걷던 정보기술(IT) 부품주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부진한 업황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내년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다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9일 삼성전기는 6.95% 오른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9월 말 이후 이날까지 23.66% 반등했다.
최근 낙폭과대 IT 부품주들이 급반등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일 하루 동안 7.84% 상승했다. 지난 9월 말 이후로는 18.75% 뛰었다.
올해 경기 둔화로 IT 부품주의 실적과 주가는 부진했다.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 말 1조7066억원에서 최근 1조3156억원까지 내려왔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스마트폰, TV, 태블릿, 데스크탑, 노트북의 올해 출하량 전망치는 지난 4월 예상치 대비 7~17% 낮아졌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반등한 이유는 내년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아시아와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대만 증시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투자 전략가는 “한국과 대만 증시는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비중이 높은데, 올해 출하량 감소와 재고 증가에 따라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빠르면 내년 1분기에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낙폭과대 IT 부품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초 이후 삼성전기(1591억원), LG디스플레이(765억원) 등을 대량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기에 대해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크게 높아졌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과거 5년 저점 평균(1.3배)보다 낮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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