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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혈통뿐만 아니라 유복함도 타고났다. 북한 최고권력자의 관심 속에 지내다 곰이가 태어난 지 18개월, 송강은 10개월 되던 2018년 9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받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법적 지위도 생겼다.
이들 풍산개가 정치의 한복판으로 휩쓸려 들어왔다. 문 전 대통령 측이 지난 7일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밝힌 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반환 결심에 이유가 없진 않다. 퇴임 직전 대통령기록관과 협약을 맺었는데, 후속 조치인 시행령 개정이 ‘하세월’이라는 것이다. 협약엔 사육에 필요한 예산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사료값이 아까워 정든 개를 보내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야박함과 몰인정이 부각됐다. 이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대통령실”이라고 맞섰다. 갈등의 기저엔 화해하지 못하는 신구 권력이 있는 느낌이다.
지난 5월 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온 풍산개들은 어땠을까. 사저 근처에선 수개월간 시위가 이어졌고, 확성기 소음으로 풍산개들도 평안할 날이 있었을까 싶다. 시위가 잦아들면서 다시 찾아온 평화로움을 잠시나마 누렸을 곰이와 송강. 이번에 다시 익숙한 것들과 이별했다. 풍산개들은 동물병원에서 새로 맡겨질 기관이나 개인을 기다리고 있다.
책임 소재를 떠나 풍산개들이 정서적인 충격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왜 우리는 여기에 있어야만 하나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 풍산개들은 자신들을 돌려보낸 문 전 대통령과 지원에 소극적인 정부를 향해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을지 모른다. 곰이가 낳은 새끼 ‘다운’은 당분간 양산에서 지낸다고 한다. 어미가 얼마나 그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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