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 아잉 교수는 13일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급진적으로 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며 “성장 전략을 추구하되, 동시에 사회 안정을 최우선시한다”고 강조했다. 뜨 아잉 교수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기획한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베트남 경제개혁의 정치경제’ 세미나(16일)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뜨 아잉 교수는 베트남의 경제 정책을 해독하려면 몇 가지 기본 전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 전문가들은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차이점을 묻곤 하는데 기본적으로 베트남은 어떤 계파가 집권하든 표면적인 목표는 동일하다”며 “성장을 통해 고소득 국가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정부를 이끄는 팜 민 찐 총리는 최근 2030년까지 베트남 GDP를 7500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연평균 7%대의 성장을 달성해야 가능한 목표다. 베트남의 올 3분기 경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13.7%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3분기 성적으로는 최고치다. 9월까지 누적 성장률도 8.8%를 기록했다. 미국발 ‘긴축의 시대’에 괄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뜨 아잉 교수는 “베트남은 이 같은 고속 성장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는다”며 “5%는 너무 낮고 9%는 너무 높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1986년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 이후 역대 최고 성장률은 1996년 9.5%였다. 2000년대에도 2007년에 8.5%가 최고점이었다.
뜨 아잉 교수는 베트남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에 대해서도 속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전역의 산업 단지가 유치하겠다는 산업을 보면 스마트폰 제조 등 전자를 비롯해 자동차 제조,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등이 열거돼 있다”며 “베트남 정부가 실제 원하는 것은 한국 등 선진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임금을 토대로 한 단순 임가공은 점차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게 뜨 아잉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베트남 인구구조도 이미 증가세의 정점을 찍고 고령화 시대의 출발점에 섰다”며 “더 이상 값싼 젊은 노동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베트남 정부는 FDI(외국인직접투자)를 가려서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국영 기업의 민영화 로드맵에 대해서도 뜨 아잉 교수는 “외부의 오해가 많은 분야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베트남 정부가 말하는 민영화는 주인을 민간으로 바꾸는 것(privatization)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국영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equitization)”이라고 말했다.
뜨 아잉 교수에 따르면 1992년 이래 국영기업의 주인이 바뀐 건 전체의 15~20%에 불과하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국영기업은 경제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반드시 통제해야 할 분야의 국영기업은 놔두고, 작은 것들만 민영화 대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뜨 아잉 교수는 “베트남 국영기업 개혁의 핵심은 주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고, 손실에 책임을 지도록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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