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업력 100년 이상 기업이 3만3076개(2019년 기준), 200년 이상 업체가 1340개에 이른다. 전 세계 100년 이상 된 기업(8만66개)의 41.3%를 차지한다. 가장 오래된 곳은 목조 건축공사 업체 곤고구미(金剛組)다. 578년 설립돼 41대에 걸쳐 14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 증시 상장사 중에서도 마쓰이건설(1586년 창업), 스미토모금속광산(1590년), 요메슈제조(1602년) 등 수백 년 업력을 자랑하는 업체가 즐비하다.
유럽에선 독일이 대표주자다. 100년 이상 기업 수는 스웨덴(1만3997개)에 이어 유럽 2위(4947개)지만, 창업 후 200년 넘게 존속한 회사(201개·세계 3위)는 스웨덴(11개)의 20배 가까이 된다. 1502년 설립된 도금업체 코팅은 여전히 활동이 활발하다. 명품 단추 회사 프륌(1530년), 제약사 머크(1668년)처럼 각 업종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한국은 업력 100년 이상 기업이 10곳뿐이다. 산업화가 뒤늦은 점을 고려해 ‘60년 기업’으로 기준을 낮춰도 이 문턱을 넘은 곳은 569개(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1896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박승직 상점’이 125년 동안 두산그룹으로 성장한 게 가장 오랜 기록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뒤늦게라도 장수기업이 유지 및 증가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수기업 대국의 행보를 벤치마크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 2017년 사업 승계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2018년 특례사업승계세제를 마련했다. 대표직 유지, 지분 보유 등 최소 요건만 만족하면 상속·증여세 납부를 전액 유예한다. 승계 후 의무 고용 요건을 맞추지 못해도 유예를 유지한다.
독일은 직계 가족에 대한 상속세율이 최고 30%로 한국(최고 60%)보다 낮은 데다 2016년부터 제도 개선을 통해 자산 2600만유로(약 360억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6~2020년 5년간 연평균 상속 공제 건수가 93건에 그쳤다. 박성민 기업은행경제연구소 팀장은 “한국은 일본, 독일에 비해 승계 사전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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