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동남아 순방 출국을 이틀 앞두고 MBC 출입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언론 탄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10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을 비판했다고 해서 이런 조치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가짜뉴스'로 규정한 것은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도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MBC가 가장 먼저 자막으로 전한 사례를 말한다.
핵심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오히려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이 공격받고 위협받는다. 그래서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퇴출하려는 것"이라며 "MBC는 전문가도 확인이 어려운 음성을 자막으로 가장 먼저 기정사실로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왜곡된 보도를 재보도한 외신을 인용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윤 대통령이 미 의회를 향해 'F'로 시작되는 욕설을 했다며 반응을 물었다. 이 모든 절차는 취재윤리와는 상반된, 명백하게 국익을 훼손한, 그리고 국익의 각축장인 순방 외교 성과를 훼손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는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최소한의 취재 편의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뿐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은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 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대표취재) 기자단 또한 "대통령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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