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1일 16: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등 한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지적이 나왔다.
11일 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이날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피치가 ‘불안정한 시대의 위험과 기회요인’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피치는 지난 9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2.6%)보다 낮은 1.9%로 제시했다. 국가신용등급은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주크 이사는 “미국과 유로권의 경기 침체?중국경제 둔화?반도체 업황 악화 등 경제 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확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대 수준이라는 게 피치의 설명이다. 그는 “가계 대출 중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가 적용된 비중이 높다”며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상환 부담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뿐 아니라 국가부채 비율이 AA급 국가들의 중간 수준까지 확대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다만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도 한국의 기초체력은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크 이사는 "재정의 긴축적 운용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재정 적자 폭이 중기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팬데믹 기간 많이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펀더멘털 관점에서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실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국가신용등급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북한 리스크를 반영해 ‘AA’가 아닌 ‘AA-’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피치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올해까지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은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다만 채권 시장 변동성과 미국 물가 상승폭 둔화 등을 고려해 0.25%포인트 상승에 그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에 따른 모니터링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그는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 등을 통해 채권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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