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꺾이나…Fed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에 엔·유로화 급등

입력 2022-11-11 18:15   수정 2022-12-11 00:01


10일(현지시간)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경제 연착륙이 점점 그럴듯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추정치보다 낮은 물가가 나오면서 달러 외 다른 통화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면 강달러 현상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플레 정점론’ 부상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10월 물가가 나오자 ‘인플레이션이 꼭지를 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12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90.2%를 기록했다.

경기 판단 지표의 핵심 중 하나인 실업률이 낮은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연착륙 주장도 힘을 받았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7%로 역대 최저(3.5%) 수준이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8%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Fed의 강한 통화긴축 정책을 버텨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장은 이제 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리고, 내년에는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Fed 고위 인사들도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인상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Fed 목표치(2%)에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았다”며 “금리 인상 중단은 아직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풀 꺾인 강달러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대두되며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 국채 금리까지 급락하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일 2.34% 하락한 108.21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10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이날 2.01% 떨어졌다. 하루 낙폭 기준 2009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다. 바이판 레이 CIBC캐피털마켓 외환(FX) 전략가는 “달러 롱(매수) 포지션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앞으로 달러 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에 힘이 빠지면서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0.96엔으로 전장 대비 5.43엔(3.71%)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얘기다. 환율은 장중 140.20엔까지 4.2% 폭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11일에도 141엔대를 유지했다. 이시즈키 유키오 다이와증권 통화 전략가는 “방향성 측면에서 엔저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변화의 신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지난달 말 달러당 7.3위안대까지 치솟았던 역외 환율이 7.1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0.036달러(3.17%) 오른 1.1713달러에 마감했다. 상승폭은 2017년 이후 최대였다. 달러·유로 환율도 1.92% 올랐다.

노유정/박주연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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