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네 곳을 사실상 교육부 산하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4대 과기원은 “반도체, 우주, 차세대 원전 등 첨단 연구개발 역량이 퇴보할 것”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과 김동일 경제예산심의관은 4대 과기원 총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를 불러 온라인 회의를 열고 “4대 과기원 예산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1980년 한국과학기술원법 등이 제정된 이후 40여 년간 지속돼온 과학기술 인재 양성 예산 구도가 완전히 바뀐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초·중·고교 운영에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여분을 돌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하려는 계정이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내년 지방교육교부금은 77조여원으로 올해보다 12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운영과 심의 권한이 각각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에 있다는 점이다. 4대 과기원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올해 기준 1조8000억여원의 예산을 받아 연구개발(R&D), 인건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 반면 220여 개 사립대와 국·공립대 예산은 약 54조원이다.
4대 과기원 예산이 특별회계로 들어가면 이들 예산이 ‘한 주머니’에 섞여 과기원 설립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 과기원 총장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 과기원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별회계 편입안이 관철되면 KAIST도 머잖아 평범한 일반대 중 하나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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