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30~2040년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노인대국’이 될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와 대비한 지표로는 2030년, 노인 인구를 총인구와 대비한 지표로는 2044년 각각 일본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1970년부터 지금까지 고령화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한 지 50년이 넘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책과 시행착오를 잘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한국과 일본 양국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일본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고령자의 건강진단을 확대해 건강 이상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간병이 필요한 단계를 예방하고 있다. 국립암연구센터 등 6개 국립 연구소는 2021년 금연, 절주, 염분 섭취 감소 등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한 10계명’을 공동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노인 건강 증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이 가급적 덜 다치도록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턱을 대부분 없앴다.
최근엔 간병 문제가 큰 이슈다. 2019년 간병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긴 일본인이 10만 명을 넘었다. 2040년께엔 간병 인력이 69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0조7000억엔이었던 간병 비용은 2040년 25조8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간병 이직에 의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6500억엔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간병인 고용 비용을 지원하고 간병 로봇 개발과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건강 수명을 높이고 간병에 신경 쓰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의 3분의 1인 36조2735억엔(약 345조원)을 사회보장비로 쓴다. 사회보장 비용의 66%는 고령자 관련 비용이다. 국가 예산의 20% 이상을 고령자에게 쓴다는 얘기다.
노인 비중이 최고조에 이르는 2040년께 사회보장비는 190조엔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80%가 고령자에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73조2000억엔, 의료 68조5000억엔, 간병 25조8000억엔 등의 순이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5배가 넘는 빚을 진 일본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2020년 일하는 고령자는 906만 명으로 2004년 후 17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고령자의 25.1%가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제도는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올 4월부터 일본인들은 65세부터인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75세까지로 늦출 수 있다. 연금을 75세부터 받기 시작하면 65세보다 수령액이 84% 늘어난다.
또 60세까지인 기초연금(국민연금) 납입 기간을 65세까지로 5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금 재원 고갈을 늦추기 위한 조치들이다.
의료비 역시 고령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한편 고령자의 부담은 늘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 소득 900만~1000만엔이 넘는 고소득자에게 연간 보험료 상한(66만엔)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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