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에 인수된 후 오너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다. 머스크의 야심작 '트위터 블루' 서비스는 이용자들 맹비난 속에 한 주도 안 돼 종료했고, 거물급 광고주들이 불안정한 경영을 이유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트위터는 최근 유료 계정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잠정 중단했다. 월 7.99달러(약 1만500원)를 내면 계정 이름 옆에 파란색 체크 표시를 달아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정치인·연예인 등 유명 인사, 공공기관, 기업 등 인증받은 계정에 한해 파란색 체크 표시를 부여해 왔다. 신원 확인을 거쳐야 붙일 수 있던 공식 인증 마크인 셈인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구독료만 내면 누구나 파란색 체크 표시를 달 수 있게된 것이다.
"매출의 절반을 트위터 블루에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머스크의 기대와 달리 트위터 블루는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사칭 계정' 문제에 맞닥뜨렸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계정이 이라크인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사칭한 계정이 이를 리트윗했다. 또 제약사 일라이릴리를 사칭한 계정은 "당뇨 환자들에게 인슐린을 무료로 공급하겠다"는 글을 올려 제약사 측이 긴급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석유회사 BP,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 게임업체 닌텐도와 로블록스,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을 사칭한 계정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용자들의 거센 비판 속에 트위터 블루 서비스는 중단됐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위터 측에 논평을 요구했지만 트위터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차별 구조조정에 이은 서비스 논란에 광고주들의 이탈 행렬도 이어진다. 앞서 제약사 화이자,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그룹, 제너럴모터스(GM), 몬데레즈인터내셔널 등이 트위터 광고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혐오 콘텐츠 증가 우려, 주요 임원 퇴사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이유로 광고 중단 행렬에 동참한다고 알렸다.
애플,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대행하는 옴니콤은 지난주 고객사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트위터 광고를 중단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지난해 트위터의 전체 수입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이른다. 거물급 광고주들의 연이은 이탈은 트위터 실적에 치명타다. 머스크는 지난 10일 임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내년에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머스크발 오너리스크는 한층 격화되는 모습. 가짜 뉴스 관리 책임자·정보보안 책임자·개인정보 책임자·준법감시 책임자 등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했다. 머스크의 무차별적 구조조정, '트럼프식'으로 묘사되는 과격한 경영 방침이 임직원들의 반발을 불렀다는 평가다.
머스크의 행보에 미 당국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트위터의 개인정보 보호 및 규정 준수 담당자가 사임한 이후 깊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어떤 CEO나 회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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