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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이 창사 이후 최대인 8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역발상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자금·원재료 조달비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다. 불황에 진입하는 시점에 투자해 향후 전개될 ‘슈퍼 사이클(대호황)’에 대비하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번 투자로 연간 180만t의 화학제품이 추가로 쏟아질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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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업의 실적은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좌우된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통상 정유 제품 가격과 정제마진도 함께 뛴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 실적은 나빠진다. 국제 유가가 폭락한 2020년 정유사들은 줄줄이 사상 최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크게 출렁이는 정유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에쓰오일 등은 석유화학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지난 11일 창사 이후 최대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시설을 구축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투자가 마무리된 2016년 윤활기유와 PX 가격이 뜀박질했다. 그해 영업이익으로 1조6168억원을 올리며 2020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해 정유업계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도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지금 당장의 업황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금리와 원자재 구입비가 치솟은 데다 석유화학 시황도 흔들리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쓰오일 신용등급(AA)과 비슷한 AA-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3년 만기 기준)는 11일 연 5.361%로 지난해 말(연 2.208%)에 비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에쓰오일 투자가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180만t 규모 에틸렌 등의 물량이 쏟아지면 화학제품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인 만큼 과잉 공급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차준호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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