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 사우디서 삼성물산 근로자 일일이 포옹한 까닭은 [김은정의 클릭 사우디③]

입력 2022-11-15 07:00   수정 2022-11-15 07:06

정부와 한국 기업들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고유가에 힘입어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연이어 발주되고 있어서다. 각국과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이같은 '사우디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물밑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관찰한 외교,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김은정의 클릭 사우디'를 연재해 정부와 한국 기업들의 사업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지난 5일(현지시각)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메트로(전철) 건설 현장.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프린세스 노라 여자대학 인근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삼성물산 근로자들이 속속 눈에 띄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여자대학인 프린세스 노라 여자대학을 둘러싼 리야드 메트로는 사우디에 최초로 선보이는 경전철입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포디원(4D1) 역사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갖춘 상태였습니다. 승강장 설치는 거의 완료됐고, 통신이나 각종 전기 설비 테스트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경전철 시운전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역사를 포함해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한화로 약 25조원을 투입해 6개 노선을 새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리야드의 인구가 급증하고 도시가 빠르게 확장하면서 대중교통 수요가 늘어난 상황을 감안한 결정입니다. 우리에겐 흔한 전철이 사우디엔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만큼 교통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해 2013년 말 착공했습니다.



리야드개발청(RCRC)이 발주한 이 프로젝트 중 삼성물산은 스페인, 네덜란드, 사우디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4호선과 5호선, 6호선을 만드는 3공구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총 연장 64㎞에 26개 역사, 2개의 차량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따낸 공사비만 10조원을 넘습니다. 이 공사에 들어간 철강 무게만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18개 지을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에 본 공사에 착수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준공 예정일이 2018년 말에서 내년 2월로 변경됐습니다.

4호선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구간이기도 합니다. 리야드 메트로 4호선은 국제공항서 금융지구까지 이어지는데, 이 지역 최초의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보니 현지에서도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간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던 리야드의 도심 교통난 해소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란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리야드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버스도 아직 시험운행 중이라 리야드 메트로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리야드 메트로가 운행되면 아무래도 삶의 질이 많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리야드 메트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추가 노선을 개발해 교통량을 감축하고 교통 혼잡을 해소할 계획입니다.



삼성물산은 이번 공사에서 교량 상부를 지상에서 사전 제작 후 일괄 거치하는 공법(FSLM)으로 안전 수준과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터널 구간을 시공하면서는 대형터널굴착(TBM) 공법을 사용했습니다. 리야드에선 최초로 적용된 공법입니다.

TBM 공법은 발파로 터널을 뚫는 기존 재래식 방식이 아닌 첨단 터널굴착 장비를 활용해 터널을 관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원통형의 강철 굴착 장비 머리 부분이 회전하면서 암반 등을 잘게 부수고 전진해 터널을 빠르게 뚫는 구조입니다. TBM 공법을 적용하면 터널 굴착부터 암반·토사 배출, 보강 등 과정을 기계화·자동화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또 발파 방식보다 소음과 진동은 낮추면서도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도심에서 화약을 사용하기가 어려워 고심 끝에 TBM 공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RCRC 역시 삼성물산이 시공한 구간이 다른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 완성도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현지 분위기에 힘입어 삼성물산도 추가적으로 나올 사우디 내 메트로 사업 수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달 초 해외 수주 지원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리야드 메트로 현장부터 달려갔습니다. 현지에서 한국 건설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을 듣고 큰 자부심을 느꼈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원 장관은 리야드 메트로 현장에서 근무 중인 삼성물산 근로자들을 일일이 포옹하면서 "자랑스럽다"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리야드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 중인 송모씨는 "사우디 현지 분위기가 이렇게 활기차고 역동감 넘치는 건 처음"이라며 "현지에서도 다양한 한국 기업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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