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2011년 중국을 방문해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과 회동하면서 만남을 이어왔다. 이후 18개월간 양국을 오가며 최소 여덟 차례 만났고, 식사한 시간만 25시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리 회담은 2017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회동한 이후 첫 대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경쟁이 충돌로 변하지 않도록 차이점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기후변화부터 식량 불안정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도전 과제를 다뤄나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그리고 우리가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 세계는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이를 바란다면 미국은 바로 그렇게 할, 여러분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시도가 임박한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며 “시 주석은 솔직하고 직설적이었지만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며 “모든 국제 사회가 북한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는 중·미가 상호 관계를 잘 처리하길 보편적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세계 공동 발전을 위해 힘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며 “무역 전쟁이나 기술 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대만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내정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항상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 대화에서 등장했던 ‘불장난하는 자는 불에 타죽는다’는 등의 거친 언사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와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핵무기 사용과 위협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번 회담은 시기적으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크게 격화해 주요 대화 채널까지 단절된 상태에서 성사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이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서 향후 2년간 안정적으로 대외정책을 펼칠 기반을 마련한 상황에서 열렸다.
이에 따라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의 잇따른 대만 방문으로 격화했던 양국 갈등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이주현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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