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뚫고 이자비 100억 절감…빛발한 SK지오센트릭의 조달전략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11-15 15:48   수정 2022-11-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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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시장에 찬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뚫고 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과 투자은행(IB)의 노력도 눈길을 끈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이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에서 4750억원을 조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사업을 전개하는 점을 활용해 틈새 조달시장을 뚫어 조달금리를 최대 3%포인트, 연간 이자 비용은 100억가량 절감했다.

탄소중립에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설비투자를 이어가는 포스코홀딩스 삼성물산 고려아연 등도 비슷한 조달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SK지오센트릭은 15일 BNP파리바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크레디아그리콜 CIB 등 5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과 만기 3년 475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차입(Sustainability-Linked Loan·SLL)'을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조달한 자금으로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해 화학제품으로 생산하는 울산 리사이클 클러스터 구축에 사용한다.

이번 SLL 조달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5.3~5.4%다. SK지오센트릭은 변동금리인 CD금리를 고정금리로 맞바꾸는 파생상품계약인 금리스와프(IRS) 계약도 맺어 SLL 조달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했다.

SK지오센트릭 회사채 신용등급 'AA-'의 3년물 금리는 전날 연 5.42%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7~8%대로도 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2~3%포인트가량의 금리를 낮춰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연간 이자 비용으로는 92억~142억원가량을 절감한 것이다.

SLL은 기업 자금조달 과정에서 회사 전반의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사업 역량과 진척도를 평가하는 대출 상품이다. 일정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면 낮은 금리로 SLL을 조달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 글로벌 인증업체인 노르웨이 DNV로부터 친환경사업 목표와 진정성을 검증받아 은행에 제출했고,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독일 생활용품 업체 헨켈을 비롯해 ESG 경영에 속도를 내는 글로벌 기업들이 SLL을 조달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통상 그린본드를 비롯한 ESG 조달수단은 돈의 쓰임새만 본다.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에 쓰는지 여부만 본다. 이른바 친환경 사업으로 흘러가는지만 확인되면 조달이 가능하다. 반면 SLL과 SLB(Sustainability-Linked Bond·SLB)는 회사의 전반적 ESG 성취도와 진척도를 보고 기준에 맞으면 돈을 빌려준다. 그만큼 SLL이 그린본드보다 조달이 더 까다롭다. 하지만 조달금리는 더 낮고 투자자 수요도 더 커지고 있다. SLL을 포함한 글로벌 ESG 파이낸싱 규모는 2018년 2385억달러에서 지난해엔 1조5706억달러에 이르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성장을 SLL·SLB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사업의 속도를 내는 포스코홀딩스 삼성물산 고려아연 등에 알맞은 조달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 등은 올들어 친환경사업을 활용한 자금조달 수단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SLL 시장 및 투자수요를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제안받은 BNP파리바 등이 구조를 설계했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친환경사업으로 국제적 인증을 받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종갑 BNP파리바 서울지점 기업금융 대표는 "SK지오센트릭의 야심찬 넷제로(탄소중립) 전략을 바탕으로 틈새 자금시장을 뚫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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