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지역을 올겨울 '에너지난 공포'에 빠뜨린 가운데 유럽의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가 지난 13일 배포한 계절 예보에서 "앞으로 3개월간은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12월에는 몇 차례 강추위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끊으면서 유럽은 올겨울을 대비해 천연가스 등을 비축해 놓는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 전체 가스 공급의 45%를 차지하던 러시아산 가스는 현재 10% 이하로 급감한 상태다. 예컨대 중부 유럽 국가 슬로바키아는 샤워를 2분에 끝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사우나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등 대다수 국가는 가정과 사업장, 공공건물에서 실내 온도를 19도 이상으로 올리지 말라고 독려해왔다. 또 전력 소비량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안 쓰는 가전은 콘센트를 빼놓을 것도 당부했다.
스페인은 더 많은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더 이상 저장고를 채울 수 없자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운반선을 자국 앞바다에 계속 대기시키고 있다. 독일은 원전 수명 연장에 나섰고 미국과 중동 등에서 수입한 LNG를 원활히 들어오기 위해 터미널을 새로 구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EU의 저장고는 약 95%가 채워져 EU 집행위원회의 목표치인 80%를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유럽은 예년보다 훨씬 강한 한파가 몰아칠 경우, 현재의 비축분으로 겨울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C3S의 예보는 희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장기 계절 예보는 일일 예보나 주간 예보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부 전망만으로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이치은행 연구소의 에릭 헤이맨 애널리스트는 "포근한 날씨가 가스 공급에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기온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불확실성의 주요 변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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