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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갤러리들은 국내외 유명 현대미술가의 전시로 비어 있는 날이 없다. 인근 국립현대미술관에 내걸어도 될 만큼 명망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멋들어지게 내걸린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볼 만한 전시는 거의 없다. 미술을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작품이 많은 데다 가격도 ‘억’ 소리가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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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금까지 갤러리에 내건 모든 작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팔았다. 김아미 갤러리애프터눈 대표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거장과 달리 젊은 작가의 작품은 ‘위험 자산’이지만, 그 대신 투자수익률이 높다”며 “비록 제도권 화랑의 ‘러브콜’이 없어도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갤러리애프터눈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작가 그룹전 ‘스타일 워즈 인 서울(Style Wars in Seoul)’은 현지 SNS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작가 17인을 소개하는 전시다. 젊은 작가들이 여럿 소속된 일본 화랑 가쓰미야마토갤러리와 협업해 전시를 열었다.
‘대표 선수’는 20대 작가인 엔케이신(NKSIN·28).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채석장에서 돌을 캐고 트럭을 몰던 그는 어느 날 미술관에서 다비드상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배우며 그린 작품을 SNS에 올리자 뜻밖에도 “그림을 사겠다”는 연락이 빗발쳤다. 그의 ‘입 없는 초상화’(사진) 연작은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인종차별을 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녹인 초상화다. “입이 없으면 차별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렸다”는 설명이다.
전시장에는 버기, 시베리아 등 젊은 작가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다. 김 대표는 “전시 작가 대부분은 미대를 나오지 않았지만,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 화랑들로부터 전시 문의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2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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