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총리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브따잉 뜨아잉 풀브라이트베트남대 학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이 아시아의 용으로 비상하는 것은 40~50년 뒤의 일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뜨아잉 교수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기획한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베트남 경제개혁의 정치경제’ 세미나(16일)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뜨아잉 교수는 2017년 응우옌쑤언푹 총리(현 국가주석) 때 만들어진 경제자문위원회 15인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1995년 설립된 풀브라이트베트남대를 이끌며 베트남 지도부의 ‘시장경제 교사’ 역할을 맡고 있다.
뜨아잉 교수는 “베트남의 경제정책을 해독하려면 몇 가지 기본 전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 전문가들은 베트남 이전 정부들과 현 정부의 차이점을 묻곤 하는데, 베트남은 어떤 계파가 집권하든 표면적인 목표는 동일합니다. 성장을 통해 고소득 국가에 진입하겠다는 것이죠.”
지난해 4월 출범한 정부를 이끄는 팜민찐 총리는 “2030년까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을 7500달러로 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평균 7%대 성장을 달성해야 가능한 목표다. 이에 대해 뜨아잉 교수는 “베트남은 이런 고속 성장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5%는 너무 낮고 9%는 너무 높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1986년 개혁·개방(도이머이정책) 이후 역대 최고 성장률은 1996년 9.5%였다. 2000년대에도 2007년 8.5%가 최고점이었다. 베트남이 탈(脫)중국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올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지만, 내년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뜨아잉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베트남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에 대해서도 속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역의 산업단지들이 유치하겠다는 업종을 보면 스마트폰 제조 등 전자를 비롯해 자동차 제조, 친환경 에너지 등이 열거돼 있어요. 베트남 정부가 정말 원하는 것은 한국 등 선진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입니다.”
다만 저임금을 토대로 한 단순 임가공은 베트남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게 뜨아잉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베트남 인구구조도 고령화의 출발점에 섰다”며 “더 이상 값싼 젊은 노동력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려서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추진 중인 국영기업의 민영화 로드맵에 관해 뜨아잉 교수는 “외부 오해가 많은 부분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베트남 정부가 말하는 민영화는 주인을 민간으로 바꾸는 것(privatization)이 아니라 국영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equitization)”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가 반드시 통제해야 할 분야의 국영기업은 놔두고 작은 것들만 민영화 대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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