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광역시 분양권 전매제한을 풀어야 하는 이유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입력 2022-11-17 10:51   수정 2022-11-17 13:38


대구 등 지방 아파트 미분양 규모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조치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 카드입니다. 그런데 정작 지방에 아파트를 공급 중인 건설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방광역시의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속적인 금리 인상 속에 건설사들은 지방 수요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입니다. 작다면 작은 '모래주머니' 하나 빼주면 지방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5월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6개월이었던 민간택지 주택의 전매제한을 소유권 이전 등기시로 늘리는 게 핵심입니다. 그해 9월 22일부터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과 지방광역시 도시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전국 분양시장이 뜨거웠습니다.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은 점을 ·이용해 분양권 전매 목적으로 청약하는 투기수요가 유입돼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청약과열단지가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당첨자 4명 중 1명은 전매제한기간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분양권을 매도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2년 뒤 분양시장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는 4만1604가구로 연초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9월 말 기준 1만539가구로 전국의 25.3%를 차지합니다. 거래량도 작년의 절반 이하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국토부가 규제지역을 해제한 이유가 실수요자 보호 및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이 지난 14일부터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습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과 세제·청약·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규제가 크게 완화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15억원 이상 주택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10%포인트 완화됩니다. 청약 재당첨 기한은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듭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LTV 규제가 70%로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됩니다.

정부는 또 수요가 감소한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고,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해 청약 대상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그동안 청약 과열 방지를 위해 규제지역 내 청약 무순위 신청 자격을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하면서 미계약 발생 때 무순위 청약으로 전환해 반복(n차 반복)하는 불편이 지속됐습니다.

지방광역시의 분양권 전매제한 유지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게 분양업계의 설명입니다. 미분양이 넘쳐나는 가운데 전매까지 불가능하면 투자를 염두에 둔 수요가 아파트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실수요자가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때 기존 주택 매매가 어려울 경우 부동산 심리 불안으로 불가피하게 분양한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전매제한이 해제돼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파트 수요자 중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한 건설사 마케팅 팀장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규제지역까지 해제한 마당에 전매제한 조치를 남겨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가 규제지역을 해제한 이유인 실수요자 보호와 거래정상화를 부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가 해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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