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신도시, 원자력발전소, 방위산업 등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같은 날 방한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18일 한국에 오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도 잇달아 정상회담을 하고 반도체, 에너지 분야 ‘세일즈 외교’를 이어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 회담 일정이 최종 조율 중이며 회담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6일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와 17일 대통령실에서 회담한 뒤 오찬도 함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찬 뒤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17일 출국할 계획이다.
37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9월 말 총리로 임명되면서 대외적으로도 사우디를 대표하게 됐다. 5년 전 왕세자에 오른 이후엔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을 대신해 국정 전반을 챙겨왔다. 사실상 사우디를 통치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세계적으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약 3년 만에 다시 방한한 이유는 한국 정부 및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회담 주제에 대해 “네옴시티와 같은 도시 개발 인프라로 시작해 원전, 방산 등 분야까지 자유롭고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옴시티는 홍해와 인접한 사우디 북서부 사막지대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신도시를 짓는 건설 프로젝트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5000억달러(약 650조원)를 투자하기 위한 사업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12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2기 사업은 한국전력과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 간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3년 전 방한 때 국내 기업과 사우디가 83억달러(약 11조원) 규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이번엔 그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4박6일 동남아시아 순방 결과도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핵심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협의 진행 상황을 잘 보고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두 개로 해법이 좁혀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한·일 정상의) 의기투합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 정부 북핵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이 전폭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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