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친구

입력 2022-11-17 18:19   수정 2022-11-18 00:09

오랜만에 군대 동기 둘을 만났다. 제대 후 필자의 결혼식에 와서 보고 처음 본 것이니 물경 27년 만이다. 20대 중반에 군대를 갔으니 머리가 굵을 대로 굵었지만, 우리는 육군 3사관학교에서 6개월간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우의를 다진 것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가까웠다. 27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훈련소 시절의 친근한 느낌과 모습 그대로였다. 더욱이 세월의 흔적이 크게 묻어나지 않고 여전히 날렵한 체구의 청년 같아 놀랐다.

많이 바쁘게 산 친구들이 그동안 자신의 위치와 자리에서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기뻤고 안심됐다. 오히려 필자는 세월의 역풍을 맞은 듯 중년의 풍채가 됐는데 말이다. 여하튼 우리는 옛날 훈련소 시절 웃음거리와 다른 군대 동기들의 소소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늦게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날로그처럼 연속된 삶 속에 친구라는 두 글자가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게 친구가 없는 적이 있었던가. 삶의 궤적 속에 별처럼 박혀 있는 소중한 사람들 가운데 친구는 외로울 때, 힘들 때, 지칠 때 나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이 있다. 지금은 각자의 일상이 있어 그럴 나이는 아니지만 멀리 있어도, 자주 보진 못해도 오랜만에 만나 과거의 회상으로 파안대소하며 보낸 시간이 시들어가는 나무의 자양분처럼 느껴진다.

특히 힘든 시간을 함께한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빛나고 윤택해질 수 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로스쿨 공부는 많이 힘들다. 그래서 평소 로스쿨 제자들 지도활동 시간에 서로 친교를 도모하고,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같이 공부하라고 한다. 힘든 시절 함께한 친구와 동료들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라고 한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돼 바삐 살다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서 만나더라도 로스쿨 3년간 동고동락한 스터디 팀원들은 어제 본 것 같이 서먹함 없이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또 만나자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 감내하기 어려운 일들을 마주하더라도 어떡하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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