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걸리는 신약개발, 단축 열쇠는 수학"

입력 2022-11-18 17:39   수정 2022-11-19 01:00

“야행성 동물인 쥐에게는 효과가 있던 수면장애 치료제가 주행성인 인간에게 효과가 없으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미분방정식이 필수입니다.”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가치 혁신을 위한 수학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일기예보, 전염병 확산 예측 등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마련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백 교수는 수학 모델링 및 AI 기반 연구가 고비용·저효율의 신약 개발 과정을 효율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약 개발 과정은 1만 개가 넘는 후보 물질을 5년 이상 검증한 뒤 50여 개로 추려 1년 반 동안 안전성 시험을 거친다. 이후에도 총 6년간 4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신약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백 교수는 “후보 물질 탐색 시 사람이 가진 직관을 AI로 구현해 아미노산 구조를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수학적 모델링이 들어간다”며 “네트워크 이론을 적용하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구글의 AI 계열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가 수억 개의 단백질 분자를 손쉽게 걸러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발표한 박태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유전체 분석 등 AI 활용 정밀 의료의 기저에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2011년 췌장암으로 별세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들며 “잡스는 자신이 유전자 분석을 썼음에도 사망하는 마지막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수학을 활용한 유전체 분석은 실생활에 가까이 왔다”고 했다.

황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반도체 발열 감소 등에서 수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했다. 황 교수는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사례를 들며 “100일 이상 연구했던 것을 불과 2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도록 단축한 배경에도 다양한 수학 방정식이 있다”고 했다. 반도체의 발열 문제를 푸는 방정식에는 열전도 방정식, 대류 방정식 등이 있는데 반도체의 개수와 모양, 반도체 열 발생량과 시간에 따른 변화가 많다고 했다. 각 변화에 따라 복잡한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러한 수학 모델링을 학습한 AI를 활용하면 다양한 반도체 조건별 발열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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