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패권 시대, 특허가 세계를 지배한다

입력 2022-11-18 18:05   수정 2022-11-19 00:07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초강력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0년 화웨이에 가한 수출 통제를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조치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시대다.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특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허는 각고의 노력과 투자 끝에 개발한 기술을 확실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술 보증서’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도 강한 특허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가진 유일한 무기인 특허를 보호해주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중소·벤처기업의 어려움을 종종 들었다. 가장 많이 들은 것이 특허분쟁의 어려움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니 기간과 비용 부담으로 응답자의 88%는 특허 소송을 포기한다고 한다. 우수한 특허가 있어도 싸워볼 엄두를 못 내니 허울 좋은 장식품이 돼버리고, 헐값에 다른 기업에 넘겨지고 마는 안타까운 일도 비일비재하다.

왜 이렇게 특허침해 소송은 오래 걸릴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소송대리인(변호사)의 전문성 부족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판사 재직 시절 외국 기업과 우리 기업 간 특허 사건을 맡았을 때 기술적 내용이 어려워 곤혹스러웠던 것이 기억난다.

판사도 양측 대리인이 기술적 쟁점을 조기에 정리해주면 소송을 지휘하기가 수월하다. 법원은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특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998년 특허법원을 설립하고 2016년 관할을 집중했다. 기술 분야별 조사관도 두고 있다.

그럼에도 특허침해 민사소송은 1심 판결에만 2~3년이 걸린다. 특허침해 민사소송은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는데, 변호사가 기술적 쟁점에 대응하지 못해 방청석의 변리사에게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을 쪽지로 일일이 건네받는다. 특허분쟁을 겪은 중소·벤처기업의 80%가 ‘변리사를 특허침해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기술 시대를 맞아 변호사와 변리사의 협업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영국은 1990년부터, 일본은 2002년부터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허용했다. 내년 개원하는 유럽통합특허법원(UPC)도 변리사 단독 대리를 허용한다. 주요 선진국이 이렇게 특허침해 소송 제도를 혁신한 이유는 자국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17대 국회부터 과학기술계, 산업계가 한목소리로 특허소송 제도 개선을 요구한 지 20년이 흘렀다. 기업들이 쓰러지고 난 뒤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이제라도 변화의 큰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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