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문재인 케어 후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점유율은 1.3%포인트 상승했다. 제도 시행 전인 2014~2017년 국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수입 중 대학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2.2%였다. 2018~2021년엔 이 비율이 23.5%로 높아졌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환자 부담이 줄면 의료 이용량은 늘어난다.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대형병원 쏠림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병원 인근에 우후죽순 들어선 ‘환자방’ ‘환자 단기숙소’ 등은 이를 보여주는 한 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을 찾는 환자가 전국에서 몰리자 이들 병원 인근엔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모텔 대신 묵는 숙소 수요가 급증했다.
암 환자는 물론 가벼운 시술 환자까지 서울 대형 병원으로 몰리자 지역 의료는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환자가 사라지면서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 경험을 쌓는 것도 어려워졌다.
지역 환자들에게 서울 대형 병원은 동네 대학병원을 거쳐 다시 찾는 ‘4차 병원’이 됐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까지 늘어난다. 2차 소견을 듣기 위한 ‘의료 쇼핑’이 만연해지면서다.
상황이 이렇지만 수도권 대학병원의 몸집 불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빅 5’ 중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세 곳이 2026~2027년 경기도와 인천에 나란히 새 병원을 연다. 고려대, 한양대, 가천대, 아주대, 인하대 등을 포함하면 2028년까지 수도권 신규 분원 계획을 발표한 병원만 8곳에 이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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